올해 오스카 '최초'의 기록은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양자경에게 돌아가며 새 역사를 썼습니다. 12일 오후 5시(현지 시간) 미국 LA 돌비시어터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감독 다니엘 콴·다니엘 쉐이너트, 이하 '에에올')의 주인공인 배우 양자경이 아시아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품에 안았습니다. 이번 양자경의 수상은 아시아 여배우 최초이자, 유색(비백인) 인종 여배우로서는 할리 베리에 이은 두 번째 기록입니다.
양자경
양자경은 무대에 올라 "오늘밤 나와 같은 모습으로 지켜보는 어린 아이들에게 이것이 희망의 불꽃이 되길 바란다. 가능성이 되길 바라고, 큰 꿈을 꾸고 꿈을 실현된다는 걸 보여주길 바란다"며 "여성 여러분들은 황금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마시길 바란다"고 뜻깊은 수상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어 "이 상을 나의 엄마와 전 세계 모든 어머니께 바치고 싶다. 왜냐하면 그분들이 바로 영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에에올'은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 각본상, 남우조연상(키 호이 콴), 여우조연상(제이미 리 커티스) 등 모두 7개 트로피를 휩쓸며 올해 오스카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마블 최초 연기상 후보에 올랐던 안젤라 바셋은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에에올'의 제이미 리 커티스에게 양보했습니다. '에에올'의 7관왕은 지난 2008년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기록한 8관왕 이후 최다 수상 기록이라는 점에서도 특별합니다. 앞서 '에에올'은 미국 배우조합상에서 4개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한 편의 영화로 최다 수상 기록을 깬 바 있습니다.
양자경 국적
배우 양자경(양쯔충) 프로필, 국적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양자경은 1962년 생으로 올해 나이 62세입니다. 국적은 말레이시아로 1984년도에 데뷔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1987년에는 D&B 그룹의 사장인 반적생과 결혼하여 은퇴했으나, 1992년에 이혼하고 영화계로 복귀했습니다. 2022년 개봉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최초로 아시아 국적을 가진사람으로 여우주연상을 받게됩니다. 한편 양자경은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LA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 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감독 다니엘 콴·다니엘 쉐이너트, 이하 ‘에에올’)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아시아 국적 배우가 여우 주연상을 받은 것은 양자경이 최초입니다. 양자경은 "오늘 밤 나를 지켜보는 모든 어린 소녀들에게 희망의 불꽃이 되길 바란다. 큰 꿈을 꾸고 꿈은 실현된다는 것을 보여달라"면서 "누군가 당신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말을 하면 절대 믿지 말아라"는 수상 소감을 남겼습니다. 그는 아울러 "이 상을 우리 엄마와 세상의 모든 엄마에게 바친다"면서 "그 분들이 바로 영웅이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영화는 SF, 액션, 코미디가 뒤섞인 독특한 장릅니다. 양자경은 다중우주라는 설정 안에서 평범한 중년 여성, 배우, 무림고수 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관록을 과시했습니다.
양자경 이외에 할리우드 수상
남우조연상의 키 호이 콴은 눈물을 흘리며 무대에 올라 감격의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키 호이 콴은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온 '보트 피플'(정치적·경제적 이유 등으로 바다에 배를 띄워 해로(海路)를 통해 국가를 탈출하는 난민)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번 수상은 더욱 빛을 발합니다. 키 호이 콴은 "사람들이 이런 스토리는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거라고 하는데, 굉장히 오랫동안 난민 캠프에 있었던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이것이 아메리카 드림"이라고 말했습니다. 7관왕의 주인공인 '에에올'의 다니엘 콴 감독은 "함께 후보에 지명되신 분들은 우리의 영웅이다. 이 상을 전 세계 모든 어머니에게 바치고 싶다"고, 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은 "감독은 멋진 배우들 없인 아무것도 아니란 말에 많은 감독이 동의하실 것이다. 우리 영화가 창의적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건 배우분들이 창의성과 천재성을 보여주셨기 때문"이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어 쉐이너트 감독은 "천재성은 한 개인의 영향이 아닌 공동의 활동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런 상을 받는 것도 정상은 아니다"며 "모든 사람에겐 위대함이 있다. 여러분이 누구이든 여러분들은 다 각각의 천재성을 갖고 있다. 정말 의미 깊은 수상이었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습니다. '헤어질 결심'이 후보 지명에 실패한 국제장편영화상은 이변 없이 '서부 전선 이상 없다'에 돌아갔습니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국제장편영화상을 비롯해 촬영상, 미술상, 음악상 등 4관왕을 차지했습니다. 남우주연상은 '더 웨일'의 브랜든 프레이저에게 돌아갔으며, 시각효과상은 이변 없이 '아바타: 물의 길'이 가져갔습니다. 장편 다큐멘터리상은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과 비리를 폭로하면서 국내외 미디어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변호사이자 정치가 알렉세이 아나톨리에비치 나발니 이야기를 다룬 작품 '나발니'가 받았습니다. 이번 수상 결과에 관해 영국 가디언은 "여러 아시아 배우들이 같은 해에 오스카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의미를 짚었습니다.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작) 리스트.
△ 작품상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감독상 = 다니엘 콴·다니엘 쉐이너트(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여우주연상 = 양자경(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남우주연상 = 브렌든 프레이저(더 웨일) △ 여우조연상 = 제이미 리 커티스(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남우조연상 = 키 호이 콴(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편집상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주제가상 = '나투나투'(RRR-라이즈 로어 리볼트) △ 음향상 = '탑건: 매버릭' △ 각색상 = '위민 토킹' △ 각본상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시각효과상 = '아바타: 물의 길' △ 미술상 = '서부 전선 이상 없다' △ 음악상 = '서부 전선 이상 없다' △ 촬영상 = '서부 전선 이상 없다' △ 장편다큐멘터리상 = '나발니'(감독 다니엘 로허·오데사 레이·다이앤 벡커) △ 단편다큐멘터리상 = '아기 코끼리와 노부부'(감독 카티키 곤살베스·구니트 몽가) △ 미술상 = '서부 전선 이상 없다' △ 음악상 = '서부 전선 이상 없다' △ 의상상 = '블랙 팬서:와칸다 포에버' △ 분장상 = '더 웨일' △ 국제영화상(외국어영화상) = '서부 전선 이상 없다' △ 장편애니메이션상 =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마크 구스타프손·게리웅거) △ 단편애니메이션상 =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감독 찰리 맥커시·매튜 프로이트) △ 단편영화상 = '언 아이리쉬 굿바이'(감독 톰 버클리·로스 화이트)
에에올
‘에에올’은 이번 아카데미 11개 부문 후보로 올라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편집상 등 7개 부문을 수상하는 새역사를 썼습니다. ‘화이트 오스카’의 편견을 깨고 다관왕을 차지한 ‘에에올’에 전세계인의 박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에에올' 이야기 구조
동양 사상이자 불교 사상인 윤회는 한 번의 생이 끊이지 않고 그 형태를 달리해 순환하는 구조를 설명합니다. 기독교에서 언급하는 사후의 영생과 달리 현생으로서 삶의 영속성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우주의 존재 막연하게나마 미약한 인간들이 깨닫고 있는 상황에서 외모가 나와 같지만 충분히 다른 우주에 존재하는 저도 있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블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를 두 개 이상의 복수 우주에 존재하게 해 위기를 돌파하고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인간의 상상력이 창조한 다중우주인 멀티 버스가 블록버스터가 아닌 평범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세탁소 주인 에블린(양자경)에게 닥친 일입니다. 세탁소 운영하랴 친정아버지 공양하랴 정신이 없는데 남편 웨이먼드(키 호이 콴)는 이혼을 요구하고 딸 조이(스테파니 수)는 동성 연인과 연애중이고 무언가가 어긋나 있습니다. 심지어 세무서에서 조사관 디어드리(제이미 리 커티스)까지 세탁소 문 닫게 할 기세로 세무 조사를 하면서 인생이 참 험난한데 긴장하는 마음을 안고 세무서에 들어서는 순간 웨이먼드가 승강기에서 우산을 펼치며 에블린에게 자신의 존재를 언급하고 작품에서는 매트릭스의 모피어스가 등장하는 것마냥 새로운 세계가 펼쳐집니다. 웨이먼드가 승강기에서 우산을 펼친 순간부터 작품은 멀티버스에 충실하게 무한대로 펼쳐진 곳에 다양한 에블린이 슈퍼스타로 때로는 동성연인의 연인으로, 경극 배우로, 셰프로 분하는 등 다중 우주에 존재하는 제가 많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많은 내가 있는 세계에 딸인 조이는 조부 투파키라는 정체성으로 다중 우주로 통합시키려 합니다. 당연히 강압적인 모습으로 말입니다. 말을 듣지 않고 속을 썩이는 딸이었어도 조부 투파키의 괴력을 발휘하며 타인들을 무차별로 살해하지는 않았는데 에블린은 자신의 딸이 다른 세계에서 엄청난 힘을 과시하는 걸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단순한 악역으로 등장한 조부 투파키는 에블린의 딸인 조이인지라 관계가 각별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조부 투파키는 일종의 종교적 선동을 통해 세계를 무로 되돌리고 새로운 세계가 들어서도록 하는 게 일종의 자신의 과업이라 여기면서 모든 우주를 통합하려는 시도에서 악인 같기도 하지만 때로는 회의적인 철학을 설파하는 종교 지도자의 모습도 보이는 듯 합니다. 주연인 에블린의 변화무쌍하고 힘겨운 모습을 연기하는 것과 더불어 조이이자 조부 투파키의 모습도 작품에서 눈을 뗄 수 없습니다. 무한대로 변하는 언어로 형용하기 힘든 추상과 초현실이 뒤범벅된 의상과 화장, 그리고 이를 컷마다 바꾸는 작품의 속도는 작품 자체가 초현실, 공상과학이자 일종의 동서양 철학의 결합물인 것을 강조합니다. 오랜만에 모습을 보인 아역 출신의 키 호이 콴은 웨이먼드로 분해 전대를 무기로 바꿔 건물 보안 요원들을 제압하는 모습에서는 과거 홍콩 권격 영화와 성룡 영화의 액션 시퀀스를 연상하게 했으며 세월은 오래 지났으나 그 얼굴에서 인디아나 존스와 구니스를 떠 올리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매트릭스’, ‘라따뚜이’, 경극 배우가 된 에블린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패왕별희’등 작품에 등장하는 참조할 만한 작품으로 다중 우주를 구성하고 거기서 과거 그 배역을 연기하기도 했던 에블린의 배경을 설정한 것도 이 작품이 궁극적으로 통합과 융합의 미덕과 더불어 영화 자체로도 이 작품이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작품들에 대한 일종의 헌사까지 하면서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를 배가합니다. 단순한 선악 구도에서 유쾌하고 난장인, 어디로 갈지 종잡을 수 없는 작품의 성격은 결과적으로 인간이라는 근본적인 존재를 우주에 빗댄 질문을 하게 되고 수많은 우주에서 결국엔 인간은 개별적 존재로서 타인과 비교하는 것이 아닌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걸 새삼스레 깨닫게 됩니다. 그 깨달음의 방법만큼은 독특하며 난해하지만 영화의 개성 자체로 엄지가 올라갑니다.